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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던지고 싶은 질문 하나.[잡설들] 2022. 7. 20. 02:57728x90
“당신이 서울대를 졸업한 후 또 엄청난 노력을 들여서 하버드 박사를 했고, 또 지속적인 노력으로 서울대 교수가 되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런데, 오늘 당신 집 싱크대가 막혀서 수리공이 왔는데 그 분과 이런 저런 수다를 떨다 보니, 서울대 교수가 된 당신이 받는 한 달 월급과 수리공 아저씨가 버는 한 달 월급이 같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자, 당신이 지금 느끼는 기분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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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질문을 자신의 것이라고 상상 한 번 해 보자. 서울대 교수인 당신과 당신의 집 싱크대를 고치러 온 배관공의 한 달 월급이 “똑같다”는 사실에 대해 당신의 생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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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부터 2010년까지 나는 캐나다에서 영주권을 가지고 살았다. 그 곳 대학에서 교수로 일하기 시작한 남편 덕에 쉽게 얻은 영주권이었다. 캐나다에서 살면서 그들의 복지 시스템에 놀랐고, 그 시스템이 나름 그들의 일상이 된 것이 부럽기도 했다. 캐나다 대학 교수는 월급의 40%를 세금과 연금의 이유로 뱉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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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싱크대 고치러 오는 배관공의 이야기는 나의 실제 경험담이다. 다자녀였던 그 배관공은 저소득층 세금 면제와 함께 자녀 복지비용까지 합하니 그 실수령액이 초년 교수였던 우리의 실수령액보다 조금 많았다. 그러나 이 상황은 복지천국(?) 캐나다에서는 당연한 일. 전혀 놀랍지도 새삼스럽지도 않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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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생각했다. 대한민국 사람들이라면 이걸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가령, 내 아이가 그렇게 노오오오력해서 일류대 나왔는데 벌어들이는 소득이 고졸과 같다는 걸 공정과 공평이라고 생각할까 한국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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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의 원칙은 하나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다.
특히, 교육을 통한 복지인 경우, 경제적으로 더 가진 아이가, 더 배운 아이가, 성적이 우수한 아이가... 스스로 나서서 마음의 눈높이를 낮추고 함께 가는 쪽을 선택해야 가능한 이야기다. 대학 교수 월급이나 싱크대 수리공의 월급과 같아도 상관 없다는 암묵적 인식이 있어야 가능한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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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런데, 여기까지 겨우겨우 합의를 이루어 내고, 교수와 배관공이 뜨겁게 두 손을 맞잡았다고 치자. 그런데 또 다른 복병이 있다.
일류대 교수이건, 정부지원을 받는 배관공이건, 이들을 한 큐에 넘어서는 “조상으로부터 물려 받는 유산이 많은 계층"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튀어나온다. 말 그대로 은수저들을 넘는 최상급 금수저들의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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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재주가 있건 없건, 싱크대를 고치는 재주와 노하우와 연륜이 있건 없건, 그들을 상회하는 저편의 세계 사람들이 또 존재하더라는 거. 연봉 1억이라도 하우스푸어, 에듀푸어들은 수십 억의 재산을 물려받는 몇몇 개인들을 물질적으로는 이겨낼 수 없는 구조다. 대대로 3대째 유산이 많은 이들은 학력으로도 기술로도 이겨 먹을 수가 없다. 이게 현실이다.
(실제로 지인 중 한 분... 월급은 300 수준인데 상속세로 50억을 냈다고...20년 후 노년의 삶은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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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교수들과 기술공들이 싸우는 광경이라든가, 지방민이 수도권민과 다투는 상황이라든가, 니가 더 유리하니 저가 더 불리하니 다투는 사람들을 보면, 씁쓸한 웃음이 나는 것이…최소 3대째 재산과 유산과 문화과 계급을 몽창 물려 받는 사람들이 얼마나 이 광경을 보고 웃고 있을 지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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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혁명을 원해?
그렇다면, 문화혁명 따위를 해야 해. 근데, 그게 결과가 좋았던가? 그것이 공정이었던가, 그래서 공평했던가?
(고백하자면, 서울대 교수인 나의 남편 공무원 월급이 기술노동직 한달 월급과 같아도 불만이 없다. 같아도 된다는 쪽. 어, 진심으로! 아, 심지어 서울대 교수라도 캐나다 교수보다 월급이 절반 가까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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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딱 한 가지만 실천하자.
내 딸이 교수가 되어도, 배관공이 된 내 아들도 그 월급이 같아지기를 바라는 것. 이것만 해도 우리는 Equiality와 Equity의 상당한 부분을 안고 가는 사람들이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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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조차 쉽지 않을 걸. 진심, 이럴 준비가 되어 있어? 보상 바라는 사람들이 너무 많잖아. 아이가 공부를 잘하면 당연히 좋은 대학 가길 바라고, 아이가 좋은 대학 나오면 당연히 넉넉한 월급 받기를 바라고, 아이가 좋은 근무지에 있으면 당연히 성공하기를 바라고. 그래서 지금도 대치동 학원가는 저 난리통이고.
그래놓고 공정과 공평을 이야기하면... 헷갈리지.
출발은 "바라지를 말아야" 한다는 것. 응. 욕망의 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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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으신데, 나는 교수 월급이 배관공보다 많아야 한다는 불만에 대해 쓴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지금도 대치동 학원가를 불야성을 만들고 있는 한국 사람들의 정서에 대해 말했을 뿐. 나는...교수나 배관공이나 같은 월급 동의한다고. 그래야 equality와 equity가 실현되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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