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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있는 놈이 더 하다는 말의 진짜 의미
    [투자,멘탈] 2025. 4.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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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oto by Leo Yan on Unsplash

     

    #출처미상

     

     

    <있는 놈이 더 하다는 말의 진짜 의미.>

     

    오늘 육아도 아기들이 도와줘 일찍 마치고 맥주도 한잔 했으니, 최근 Herbert Computer, Inc. 로 마침내 내가 생각하는 인생 마지막 '다음 세대 기업 설립'의 꿈을 그리며 만나는 분들과의 이야기 중 최근 인상 깊게 나눈 이야기 하나를 공유해보고자 한다.

     

    가끔 우리 지주회사 Companoid Labs에 미팅하러 오시는 분들 중 어쩌다 점심 시간 중에 좀 일찍 오시게 되면 내가 식사하는 걸 보고 놀라실 때가 있다. 대부분 편의점 도시락이기 때문이다.

     

    내 설명을 들으면 또 놀라는데, 나는 항상 도시락과 커피 할인 구독을 사무실 오피스에서 가까운 곳 말고 굳이 적당히 걸어갈만한 편의점에 해놓고 매번 걸어가 사온다. 할인도 되고, 걷기 운동도 되니 일석 이조다.

     

    상시로 마시는 커피는 항상 CU Get 커피다. 1700원짜리 벤티 사이즈도 구독 할인으로 매번 510원을 할인해 1190원에 마신다. 요 몇달간은 로투스 비스킷을 공짜로 주니 좋다. 커피는 박이추 선생님과 함께 개발한 터라 맛도 좋다.

     

    하루에 외부 미팅 없이 온전히 사무실에서 하루를 보내면, 나는 6000원이면 하루를 보낸다. 물론 운전을 해서 출퇴근을 하니 기름이 아주 조금 들더라도 8000원이면 된다. 한 달 내내 사무실에 있으면서 사람 안만나는 경우는 없지만 산술적으로는 한달 편의점 도시락과 커피 할인 구독료 모두 포함해도 20일간 17만원 정도면 생활이 가능하다.

     

    얼마 전 어떤 분이 나보고 "있는 분이 더하다더니 아니 어떻게 이렇게..." 하시길래 내 생각은 이렇다고 말했다.

     

    1. "희성제지, 금성사 사장 하신 저희 외할아버지는 그 으리으리한 저택에 외갓댁이라고 가보면 외부에서 오시는 많은 분들 밥 해먹이려고 일하는 사람을 엄청 많이 두셨습니다. 그래도 정작 본인은 항상 아껴 입고, 신고, 드셨어요. 그 가족들도요. 저희 어머니는 손님 치뤄내는 것에 아주 어릴 때부터 이골이 나셨고 외할머니도 마찬가지셨어요."

     

    2. "큰 과수원을 하신 저희 할아버지는 옛날에야 그게 커봐야 일만 많고 돈도 별로 안되어서 아버지 형제들은 고학을 했는데도 주변에 베푸는 것만 좋아하셨어요. 그래도 그 과수원이 할아버지 돌아가시고나서 정리하면서 지금 대구대학교 캠퍼스 부지가 되었고 토지 보상 받은 걸 잊지 않고 장학재단을 설립했습니다. 장학 재단의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을 위해서, 철저히 원금 보전 중심으로 일정 퍼센티지로 수익을 내어 지난 25년여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 학기 장학금을 어려운 학생들에게 지급해오고 있습니다."

     

    3. "아버지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대법원까지 수년을 소송하면서 저도 힘들었는데, 그 와중에 아버지 돌아가신 해를 포함해 가뭄이 들면 물기부, 무슨 산사태나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거기에 맞게 기부를 해왔어요. 저도 20대 중반에 어린나이라 이걸 해야 하나 의구심이 있었는데, 아버지 조문객이 첫날만 4,000명이 왔어요. 과거부터 알고 지낸 이재용 회장부터 삼성 사장단은 다 오셨죠. 하나 같이 제게 말씀들 하신게 1) 소탈하셨고, 2) 삼성전자 기틀을 닦으신 분이고, 3) 자원 하나 허투루 안하시고 잉여이익을 지역사회에 기부하고 봉사하는 시스템을 삼성그룹 전반에 만드셨다 였어요."

     

    4. "그래서, 보고 자란게 그건데 어떻게 합니까. 스타트업 투자자다 VC다 뭐다 해서 사람들은 이런 일들을 되게 화려하게 생각하는데, 돈을 다루는 일을 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주변엔 베풀고 스스로에겐 검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AC나 VC들과는 주로 LP 관계로 있지만, 그 회사 브랜드 보다는 그 회사 분들의 면면을 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돈을 허투루 쓰거나 겉이 화려하면, 속이 빈 경우가 많습니다. 쓸데 없는 것은 안해야 합니다."

     

    5. "제가 창업자로서 이번에 새로운 일을 하더라도 삶의 모드는 똑같습니다. 임직원들과 회사가 잘되도록 하기 위한 일에는 돈을 충분히 쓸 겁니다. 그렇게 하게끔 투자도 잘 받으려고 합니다. 대신 최소한 경영진들에겐 희생하자 할 겁니다. 정확히는 검소하게 경영하자고 할 겁니다. 제가 아는 삼성 사장단 분들, 이재용 회장도 포함해서 대부분 화려해보여도 삶은 평범합니다. 오히려 단조롭고 심플해서 돈 쓸 시간도 없습니다. 저를 포함해 경영진들은 젊고 애도 키워야 하고 가정도 한창 때니까, 아예 수도승 같을 순 없어도 나 스스로에겐 엄격하자는게 제 생각입니다."

     

    어릴 적 기억이 나 주말에 어머니 댁에서 사진 하나를 찾았다. 하나는 외가댁이 있던 부산 미남집(미남로터리 부근에는 우리가 잘 아는 유수의 기업들 뿌리이자 가문들의 집안 가득한 부촌이 있었다)에서 아버지와 내가 마당에서 뛰어놀던 장면과, 또 하나는 삼성 사장단이 당시 잘나가던 삼성 썬더스 농구단에 선수들 격려차 가면서 가족들도 같이 갔는데, 그 때 문경은 선수와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아버지 제안으로 사장단 식구들이 대거 같이 가서 하룻밤 묵고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나중에 후일담이지만 아버지가 이런 제안을 해서 삼성전자 사장단 분들이 아버지 중심으로 두루두루 정말 잘 뭉쳤고 지금의 삼성전자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올려 놓으셨다. 윤종용 부회장님, 최지성 사장님, 이기태 사장님, 지금 국회의원 하시는 고동진 의원님, 신종균 사장님 등등... 이제는 대부분 현역이 아니시고, 나도 스포츠 센터 반트(Vantt)에서 오가며 인사 나누고 가끔 전현직 사장단 모임 때 이야기를 나눈다.

     

    다음 삼성, LG, 현대, SK를 우리라고 못되라는 법은 없다. 글로벌 기업도 많지만 왜 삼성, LG, 현대, SK와 같은 국내 기업을 언급하냐면, 반세기동안 최빈국에서 이정도 나라로 성장하면서 이 기업들이 가진 역사와 내공이 무엇인지는 내가 80년대생 중에서는 아마 손에 꼽을 만큼 잘 알고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람 중 하나가 아닐까 해서다. 내가 아니라 누구라도 그런 기업을 키워낸다면 투자자로서라도 적극 밀어줄 것이지만, 앞으로 10년 동안 Herbert Computer, Inc. 를 통해 이런 관계로 발전이 가능하고 시너지가 생길 팀과 조직을 만들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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