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들]

조기 외국어교육에 대한 생각.

김씨.. 2022. 10.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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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외국어교육에 대한 생각>

개인적으로 'Bilingual Education(이중언어교육)'에 관심이 많은데, 특히 우리나라에서 너무 어린 나이의 외국어 노출이 모국어 발달에 방해가 된다는 잘못된 편견이 많았고 여전히 있는듯 하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연구결과들을 보면 이는 사실이 아니고, 추정컨대 단일민족국가인 우리나라가 이중언어교육에 대한 연구, 사례, 이해가 부족한 탓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최근의 미국, 유럽 등 해외 연구결과들에 따르면 모국어 정립 이전부터 시작하는 이중언어교육은 모국어 발달에 거의 방해가 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창의력과 전반적 언어감각 발달에 도움이 된다.

물론 잘못된 방법의 조기 영어교육으로 모국어 발달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살펴보면 지나치게 모국어보다 외국어 위주로 노출하여 모국어의 절대적 노출 시간이 부족하거나, 부모 중 한명은 온전히 모국어로 아이와 충분한 소통을 해야하는데 주양육자가 어중간하게 두 언어를 섞어쓰면서 이도저도 아니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외국어 교육이 중요해도, 모국어보다 중요하진 않다.

그렇다면 외국어 교육을 어느정도 일찍 시작해야할까? 이견이 있겠지만, 나는 '태어나자 마자'라고 생각한다. 이를 수록 좋다고 본다. 사실 이건 뇌피셜이 아니고, 수년 전에 이중언어교육 관련 해외 연구결과들과 서적들로 직접 공부한 내용이다.

보통 외국어 교육 시작 시기에 대해 '4~5세 정도는 돼야하지 않냐?'라는 생각이 많지만, 영유아의 두뇌발달 연구결과를 보면 '만 1세'가 지나면 모국어의 체계가 어느정도 정착이 되고, 그 이후 아이는 훨씬 익숙한 모국어 탓에 외국어에 노출되는데 '거부감'이 생긴다.

그런데 모국어 정립 이전인 '만 1세' 이전부터 외국어를 노출하면, 아이는 모국어와 외국어를 구분 없이 받아들이고 두 언어체계가 병렬적으로 정립된다. 아이들은 진짜 'Linguistic Genius'다. 특히 어리면 어릴 수록 더 스펀지 처럼 빨아당긴다.

사실 이는 우리 집의 두 아이들을 통해서도 검증된 사실이기도 하다.

첫째는 출생 직후 당시 업무가 너무 바빠서 매일 야근하느라 아이 발달단계에 대해 거의 신경 못쓰다가 첫돌이 지났고, 늦게나마 18개월 쯤부터 부랴부랴 영어를 노출시키기 시작했다. 만 4세인 지금은 리스닝은 잘되고 아웃풋도 어느정도 나오고 있지만, 처음 시작할때 아이가 영어노출을 거부하여 꽤 힘들었던 기억이 있고,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별개로 여전히 영어 자체를 썩 좋아하진 않는다.

반면, 둘째의 경우 첫째 때의 경험을 교훈삼아 백일 전부터 영어를 노출시켰다. 알아듣는지 마는지 판단이 안섰지만 그냥 무작정 들려주고 읽어주고 계속 노출시켰는데, 그 결과 현재 둘째는 영어에 전혀 거부감이 없다.

물론 어린이집 등 일상에서 우리말 노출이 압도적으로 많으니 당연히 우리말이 훨씬 편하지만, 적어도 이 아이는 영어를 우리말과 크게 다름없이 일상의 언어로 받아들이고 즐긴다. 아이들 수준의 영어 컨텐츠는 무리없이 이해하고, 읽어줄 책을 들고오라 하면 영어책을 들고 오는 경우가 많고, 혼자 놀면서도 영어 단어나 노래를 중얼거린다. 그렇게 하라고 유도하거나 시킨 적도 없다. ​

아직은 영어로 의사표현을 자유롭게 할 정도는 못되지만, 크게 걱정 안한다. 일단 재미를 붙이기까지가 어렵지, 그 뒤로는 인풋만 충분히 넣어주면 아웃풋은 자연스레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음 한편에 첫째에게 조금 더 일찍 영어를 노출시켜주지 못한 것에 속상하고 미안한 마음이 항상 남아있다.

참고로 이런 얘기를 하면 부모가 해외출신이거나 원래 영어를 잘한게 아니냐고 할 수 있는데, 나와 와이 프는 여행 외에는 외국에 살아본 적도 없고 유학도 다녀온 적 없다. 둘다 고등학교때까지는 외국어영역 1등급을 받았어도 입으로는 거의 한마디도 제대로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영어 공교육이 얼마나 쓰레기같은지 할 욕이 많지만 아낀다.

다만 내 경우는 나름 성인이 되고 나서 '피났던' 노력으로 현재는 영어를 일상이나 업무에 큰 어려움이나 두려움 없이 쓰고 외국인과 소통할 정도는 되는데, 거기까지 이르는 과정이 솔직히 너무 힘들었다.

외국인 친구들 만드려고 얼굴에 철판도 많이 깔았고, 미드 한 에피소드를 수백번 들으면서 대사를 달달 외울 정도까지 미친놈처럼 했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그런 고통스런 과정과 인생의 낭비를 없애주고 싶어서 이중언어교육을 공부했다. 사실 세상에 공부할 것도, 즐길 것도 얼마나 많은데, 끊임없이 외국어 때문에 평생 고통받으며 돈낭비, 시간낭비하는게 개인의 인생으로도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낭비 아닌가?

성인이 되고 나서 어린아이들의 외국어 노출에 대한 같은 성과를 얻으려면 10배 이상의 시간, 노력, 돈을 쏟아야 한다.

조기교육을 가능하면 하지 않고 '적기교육'을 지향하는 유대인들도, 외국어만큼은 예외적으로 조기교육을 실시한다. 2천년 넘게 정착 없이 유랑하며 살았던 유대인들 만큼 생존에 직결될 정도로 외국어 습득이 중요한 민족은 없었을 것이다. 그 결과, 이스라엘의 유대인들은 모국어인 히브리어 뿐 아니라 영어는 기본으로 하고 대학교육까지 받은 사람들은 3~4개 언어를 구사한다.

결론은, 부모가 'Multi-Lingual'이 아니거나 외국에서의 교육이 가능하지 않다면, 외국어교육 시작은 무조건 어리면 어릴 수록 좋다.

다만 이 경우도 '한국적 학습, 교습'으로서가 아닌 일상의 놀이 수단으로서 접근해야 하고 어디까지나 스트레스가 아닌 즐거움과 흥미의 대상이어야 한다.

아이가 느끼기에 영어가 공부의 대상이 아닌 '즐거운 놀이 도구'가 되는데 까지만 도와주면 그때부터는 사실상 끝이다. 굳이 외국에 가지 않더라도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의 좋은 컨텐츠는 차고 널렸기 때문이다.

 

'내 아이는 이미 많이 컸는데'라고 생각되는 경우라도,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를 때라고 본다. 서글프게도 이 나라의 공교육에겐 그런 부분을 기대할 수 없으므로 어쩔 수 없이 각자도생 해야한다.

Daniel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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